봄이 코앞이라 그런지, 땀이 나서 잠시 반소매 차림으로 걸어본다.
학교 앞 트럭은 빨갛고 햇살이 따숩다.
날씨 덕분에 라이더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패드를 잘못 눌러서 내 모습이 찍혔다. 셔터의 우연성.
설날 연휴 첫날, 한가로움에 동생과 함께 3시간여 뒷동산 산책을 나선다.
전날 뿌린 비 탓에 땅이 질퍽거리는데도 오가는 등산객이 제법 눈에 띈다.
축축하게 젖어 질퍽대는 땅바닥이 자꾸 신발을 잡아먹으려 해서
오가는 길이 불편했지만 상쾌했다.
소년, 소녀들도 제법 있더라.
설 연휴 둘쨋 날 오후, 근처 매형댁 공장에 들렀다.
직접 키우는 닭을 잡아 백숙을 삶아주시고, 비싼 값에 파는 귀한 달걀도 몇 판 얻었다.
조카 놈은 강아지랑 신났다.
햇살은 산책을 부른다. 건조하지만, 오늘은 뒷동산이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관악산.
원두 사러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동네 운동장에 들러본다.
한가롭다.
일 년에 한두 번쯤 허브 치킨에 맥주 마시러 들리는 곳.
봄이 가까워져 오지만, 바람은 아직 차갑고
잠잠한 듯 하지만, 수면 밑 물살은 아직 사납고
고요한 듯 하지만, 세상은 어둡고 시렵고 아리고.
자유를 만끽할 봄을 기다리는 물새들은 잠시 힘을 빼둔다. 날기 전에 힘을 비축하듯.
도심 물가에도 섬이 있구나. 인간의 마음에 섬이 있듯 새에게도 마음의 섬이 있을까?
다시 맞는 겨울 아침.
차가운 세상을 알리듯 창문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설이 가까워져 오자 갑작스러운 선물들이 줄을 선다. 횡재다.
이런
저런
그렇고
그런
동네 산책.
얇게 얼어붙고 맺힌 물방울 안으로 아침 세상을 본다.
물방울 볼록렌즈가 거리 조명에 요술을 부리고
어느 날 아침에는 또 눈이 쌓였다. 축축한 습설이다.
눈이 녹아 사라지고 바람이 잠잠한 오후, 타박타박 산책을 나선다.
남자든 여자든 커플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은둔하는 독거인에게는 흔한 부러움이다.
땅거미가 내릴 때쯤 몸이 으스스 춥다. 귀가를 재촉해야겠다.
햇볕이 따뜻해 나섰던 오후 산책길.
구름과 바람이 반긴다.
석양은 덤으로 얻는 아름다운 눈요기.
돌아와 빵을 굽고 원두를 갈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평범한 일상이다.
겨울에는 겨울 나름대로 운치있는 뒷동산 산책
한적해서 더욱 여유로운~
춥다~
추워~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나선 뒷동산 단풍 구경
누군가 산 속 어디에 비밀스럽게 숨겨둔 의자
말라가는 단풍잎
집 데크에 앉아 커피
기차를 기다리며 또 커피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비오는 아침
제주에서 주문한 무농약 귤(귤 맛 못느끼는 흡연자에게 강추)
원두를 사오는 커피집에 앉아서 카푸치노 한 잔
커피점 실내
화덕 피자 사러 들린 피자가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빗속에 가을 아침 산책. 그렇게 11월과 작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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